새벽 세 시에 화면을 켜는 사람은

잠이 안 와서 켜는 게 아니더라고요.

낮에 못 한 말이 남아서 켭니다.

* * *

옛날에도 그랬습니다.

식구들 다 자고 나서야 전화선을 뽑아 모뎀에 꽂았고,
삐— 치익— 소리가 끝나면 화면이 파랗게 떴습니다.

거기 먼저 와 있는 사람이 늘 있었습니다.
누군지도 모르는데 매일 같은 시간에 만났습니다.

* * *

그 시간이 좋았던 이유를 한참 뒤에 알았습니다.

낮에는 다들 뭔가를 하고 있어야 하는데
새벽 세 시에는 아무것도 안 해도 되니까요.

그래서 그 시간에만 할 수 있는 말이 있었습니다.

* * *

혹시 지금 그 시간에 이걸 보고 계시면,
한 줄만 남겨주세요.

다음에 새벽 세 시에 오는 사람이 그걸 봅니다.

그 시절 화면으로 만든 글 이미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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삐— 치익— 그 소리 끝엔
늘 누군가 있었죠
2026-08-29 11:38 · 4cd0235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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