[겨울나무] 4화 — 사라진 쪽그 사람은 며칠 동안 답이 없었다.나는 하루에 두어 번씩 들어와서 확인했다. 마흔이 넘어서 이러고 있는 게 우스웠지만, 우습다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했다. 열여섯 때랑 하는 짓이 똑같았다. 그때는 열두시를 기다렸고 지금은 답글을 기다린다.닷새째에 답이 달렸다. 길었다.* * * 저는 사실 사라진 쪽이었어요. 고등학교 때 매일 통화하던 애가 있었는데, 어느 날부터 제가 전화를 안 받았어요. 이유는 별거 아니에요. 집에 일이 좀 있었고, 그 얘기를 하기가 싫었어요. 말하면 그게 진짜가 되는 것 같아서요. 처음엔 며칠만 안 받으려고 했어요. 근데 며칠이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니까 이제 와서 뭐라고 연락하지, 싶어지더라고요. 그러다 십 년이 지났어요.* * *나는 그 글을 여러 번 읽었다.그 사람이 이렇게 덧붙였다. 그 애도 아마 저 같은 걸 궁금해했을 거예요. 내가 뭘 잘못했나. 마지막에 무슨 말을 하려던 거였나. 아무것도 아니었어요. 그냥 제가 부끄러웠던 거예요.* * *스물몇 해 동안 나는 겨울나무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고 생각했다.나쁜 일.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종류의 나쁜 일들을 순서대로 다 생각해봤고, 어떤 밤에는 그중 하나를 골라서 그게 사실인 것처럼 슬퍼하다 잠들었다.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생각했다.그 애는 그냥 부끄러웠던 걸 수도 있다. 나한테 말하기 싫은 무언가가 있었고, 말 안 하고 넘어가려다가 넘어갈 시기를 놓쳤고, 그러다 시간이 너무 지나버려서 이제 와서 뭐라고 하지, 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.지금 어딘가에서 마흔몇 살이 되어서.* * *그게 더 나은 건지 아닌지 나는 모르겠다.무슨 일이 생긴 거라면 그 애는 어쩔 수 없었던 거고, 부끄러웠던 거라면 그 애는 나를 두고 간 거다. 이십 년 넘게 나는 앞쪽만 생각했는데, 그게 그 애를 위해서였는지 나를 위해서였는지도 이제는 잘 모르겠다.* * *나는 답글을 썼다. 몇 번 지웠다가 이렇게 남겼다. 그 애한테 연락해보세요.쓰고 나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.내가 못 하는 걸 남한테 시키는 게 염치없다는 걸 알면서도 지우지 않았다.아니, 어쩌면 그래서 쓴 건지도 모른다.(다음 화에 계속)